며칠 전,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던 때였습니다. 그날은 꼬박 밤을 새우는 야근날이었기에 오후 6시까지 출근하는 길이었죠. 좀 일찍 나가다가 종로3가에 내려서 칼국수를 먹을 심산이었습니다. 종로3가에 아주 허름하고 유명한, 제가 먹어본 가운데 가장 맛있는 칼국수를 파는 집이 있습니다. 멸치국물이 특히 맛있습니다. 게다가 국수를 더 달라면 값없이 주는데, 워낙 양이 많아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얼마 전에 갔더니 10년만의 가격 인상이라며 3500원을 받더군요.



수서역에서 탄 지하철이 양재역에 닿았을 때입니다. 어디선가 앳된 남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안녕하세요. 잃어버린 자신감을 되찾기 위해서 나왔습니다." 밑도 끝도 없이, 키가 멀쑥하게 크고 더벅머리에 뿔테 안경을 쓴 그 남자아이가 말했습니다. 아마 고2나 고3쯤 됐을까, 아니면 재수생 정도? 하여튼 스무살이 채 안돼보이는 친구였습니다.



그리고 그 아이가 말을 이었습니다. "리코더를 한번 불겠습니다." 그리고는 품 속에서 리코더를 꺼냈습니다. 베이지색이 도는 흰색 리코더였습니다. 그리고 짧은 어떤 곡을 연주했습니다. 대중음악은 아니었고, 교과서에 있는 음악도 아니었습니다. 음악의 박자나 풍이 만화영화 주제가 같은 느낌이었는데, 어떤 음악인지는 끝내 알 수 없었습니다.



그 아이가 리코더로 그 음악을 다 연주할 때쯤, 지하철은 남부터미널 역에 닿았습니다. 남자아이는 곡을 마치고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남긴 채 지하철 문을 나가 번잡한 인파 속에 묻혀 버렸습니다. 몇몇 사람들이 지하철을 빠져나가는 그 아이의 등을 쳐다보며 박수를 쳐주었습니다.



길어야 2~3분만에 벌어진 일입니다. 나는 한동안 목을 길게 내빼고 그 아이가 어디로 사라지는지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그보다 더 오랫동안 그 아이가 왜 북적대는 지하철 안에 들어와서 자신이 잃어버린 자신감을 말하고 또 그걸 되찾기 위해 리코더를 불었는지 생각했습니다.



하루키의 소설에나 나옴직한 이런 일이 내 눈 앞에 벌어지자, 나는 무척 난감해졌습니다. 그 말이 가장 정확할 것입니다. 난감했습니다. 어떤 식으로도 해석이 불가능한 일 앞에서 나는 난감했습니다. 이건 명동 한복판에서 대가없이 껴안아준다는 Free Hugs 운동도 아니고 그 옛날 유행했던 람보놀이는 더더욱 아니었습니다.



지하철을 5호선으로 갈아타 광화문에 닿을 때까지, 나는 그 아이가 어떻게 자신감을 잃었으며 그걸 되찾기 위해 왜 지하철에 나왔는지, 그리고 그 표현으로 왜 리코더를 선택했고 왜 그런 알 수 없는 음악을 연주했는지 골똘히 생각했습니다. 결국 알아낼 수 없었습니다. 내가 알아낸 건, 너무 그 생각에 골몰한 나머지 종로3가에서 칼국수를 먹기로 했던 것을 까먹은 사실 뿐이었습니다.



생각해보면 나는 오랫동안 스스로 자신감이 넘친다고 생각해 왔으나, 사실 아닌 것 같습니다. 나는 자신감을 잃어버린지 오래이나, 그걸 드러내길 꺼렸을 따름입니다. 그것을 남들에게 드러내는 것은 나의 헌데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왔는지도 모릅니다.



그 남자아이가 벌인 작은 사건은, 결국 나의 잃어버린 자신감도 남에게 드러내고 공개적으로 되찾아야 한다는 교훈을 주었습니다. 무슨 이유로 그 지하철에서 리코더를 불렀는지 모를 그 남자아이에게 이곳을 통해서나마 고맙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친구 하나가 오랫동안 하던 일을 그만 두려고 합니다. 새로운 일을 찾는다는데, 그의 뒷모습이 무겁고 휘청대는 것만 같아 걱정스럽습니다. 오래 전부터 그는 자신감을 조금씩 잃어, 이제는 모두 소진한 것 같습니다. 그에게 <리코더 부는 소년>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습니다. 그도 부옇게 웃어줄 것 같습니다.







** 한 현우 님의 글이라고 하네요..
제가 아는  천사님 방에서 허락받고..옮겨 봤습니다.
..
몇 군데..소식을 전했는데, 공연이 취소 되었군요.
왜, 취소되었는지 그 누구도 말해주거나 알려주는 이 없으니..
혹여..
묻는이가 있거든..제 나름대로 설명을 해주어야 될 듯 합니다.

..
날씨도 추운데
썰렁한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ㅎ
..
지난 여름..어느 콘서트에 가서..사진이 금지되었음에도 양해를 구하고..
사진 촬영에..스케치 형식으로 취재를 해서 기사를 넘겼더니
높으신 분들..이 그러더군요.
이게 뭡니까? ..유명하지도 않은 연예인들 취재해서 뭘 어떻게 하자는 겁니까?

..
,,언젠가 나도 별이 될거야...라는 사진 있지요?
이 홈 어디에..ㅎㅎ
그런데 말입니다..지금은
연말 방송대상 후보자로 떠오를 만큼..너무나 유명해져 버린..개그맨,,(우먼)이
되었다는 거..
..

..
지난주에
저어기 남쪽으로 무작정 달려갔더랍니다.
너무나 보고싶은..천사님이 있어서요..
방문간호사로..독거노인들과 치매환자들의 친구가 되어주는 그 천사가
제게 선물했던 책에 이런말이 있던데..
..
쓸모없는 돌멩이 인줄 알고 버렸는데..나중에 알고보니
보석이었다..
..

나중에 나중에
..
돈이 안된다고..(짐작)..공연을 취소하게 만든이들..이
후회할 날 있을겁니다.
ㅎㅎ

근사한 전시관에서 전시판매 되고 있기는 하지만..
다른 작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힘든 여건에서 작업을 하는 저로서는
더더욱..불리한 조건들이 추가되길래..ㅎㅎ
..
언젠가는 내가 만든걸 갖게 되려면 ..한 달정도 기다리게 될거라고....ㅎㅎ
웃으면서 그렇게 말한 적이 있지요.

..
글이 길어졌네요.
어쨌거나 힘내시구요..
저어기 남쪽의 마음이 이쁜 천사님께서도 응원을 보낸답니다.
~~아자 아자 화이팅!! 이라고 전해드리라 하네요.
고무밴드님   음악을..
틈나는대로 전하고 있으니..
새해에는..
더 많은 출동준비를 하셔야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Posted by Gomuband
TAG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나홀로작가 2006.12.10 21: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ㅎㅎ
    혹, 데자부님 ..이 글을 읽으실 지 모르겠군요..
    작년 가을..양재천 너구리 음악회때..들꽃묶음 드렸었는데...
    여의도에서 뵙게 되면
    시들지 않을 꽃..드리려고..준비 했더랍니다.
    흙으로 만든 꽃...^^

  2. BlogIcon 김영주 2006.12.10 22:2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홀로작가님...^^
    영혼이 맑은 이들을 멀리서 찾을 필요가 있을까요?
    우리 주변에 이렇게 많으신데...
    공연...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이지만...
    많은 분들께 터놓고 웃으실 좋은 자리를
    만들어 드리지못한 아쉬움만 남습니다.
    제가 염치불구하고 초대했던 귀한 님들께
    어떻게 말씀을 드려야할지...
    귀한 글 남겨주셔서 오늘은 행복하게 잘 수 있겠네요.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3. 혜련 2006.12.27 10: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홀로작가님의 맑은 표정이 막 떠오르네요..
    요즘은 시간이 지리하게 흘러가기는 합니다만,
    짧은 글 조차 읽어볼 마음의 여유가 없더니..
    오늘에서야 이 글을 봅니다..
    정말 이런 저런 많은 생각들이 들게 하는 일이 찰나적으로 일어낫군요.
    나도.. 뭔가 섬짓하게 자신을 다시 쳐다보게 되고..
    애시당초 없었던 자신감인지도 모를 그런것들이 내게..
    여전히 남아잇지 않앗다는 걸....
    지금도 여전히 늘 , 도전합니다..
    하지만 아무런 미래가치를 두지 않고..
    설령 생길지도 모를 그 가치는 나 자신에게서 아무런 흥분을 주지 못하고 잇네요.
    단지, 지금 내게 주어진 일만...좀 부지런히 할 양입니다.
    도자기를 보고 싶네요..
    흙으로 만든 꽃도..
    우리집에 이쁜 도자기 화병속 식물은..
    너무나 잘 자라고 잇답니다.
    애시당초 식물을 키울줄도 사랑할줄도 모르는데..
    정성스레 만들어 주셔서 그런 모양입니다.
    내년에 뵙고 싶네요.
    건강하세요....나홀로작가님..

  4. 나홀로작가 2006.12.29 19: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me 님..
    안녕하세요?
    올해가 가기전에 여의도에서 뵙게 되겠구나 생각했더랬습니다.
    그림도 감상하구..
    여전히 도전하는게 당연한 게 아닐런지요..
    저 또한 그러하답니다.
    이틀 남겨둔..2006년이 그다지 아쉽지는 않습니다.
    남들과 똑같이 주어진 시간을 낭비하지는 않았으니까요.
    새로운것들에 부딪히기도 하고 스스로 찾아나서기도 하고..
    몇 주 전 부터는 토요일마다 어느 대학가에서 대학생들과 프리마&#53017;에 참가하고 있습니다.
    추운 겨울이라서 그런지..많은 관심은 끌지못하지만..
    가난한 예술가들은 작업을 멈출 수가 없지요.
    다행히
    어느 기업체에서 장소 후원을 해 주고 있어
    출연료없이 출연해주는 공연팀은..야외무대에서 최선을 다해 ..각종 공연을 하고
    젊은 작가들은 자기가 만든걸 들고나와..직접 판매를 합니다.
    흙으로 만든 꽃..ㅎㅎ
    카메라에만 가둬두고 컴퓨터로 이사하지는 않아서..보여드리는 데 시간이 걸릴것 같군요.
    내년엔 직접 보여드릴 기회가 있겠지요.^^*
    어는 전시관에 있는 기물 사진을 저쪽에 올려볼게요..
    내년에는 웃을일들이 더 많으시기를 기원드립니다.
    새해 福 많이 받으세요!!

  5. BlogIcon 김영주 2006.12.29 22: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따뜻한 커피 한 잔...
    거기에 함께하시는 모든 분들께 보내드립니다.
    나홀로작가님도...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6. 바소 2006.12.30 12:2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작가님 내가 하지 못하는 것을 남들이 하는 모습만 봐도 흐믓해지지요..
    대리만족같은 그런 느낌여..
    너무나 많은 종류의 미술품들이 흘러넘치고 있는 가운데
    무엇이 영혼을 담은 것인지 가려낼 길이 없을 때도 참 많고..
    허우대만 멀쩡한 것에 침을 질질흘리기도 하는 아직은...
    눈과 귀와 마음이 초보인 내가...그곳에 사는 분들이 그래도 부럽습니다..
    늘, 마음으로 다가섭니다만... 멀기만하고.. ^^
    꼭 기회를 만들어볼랍니다.. 그때 꼭 물리치지 마시고.. 보여주세요. ^^

  7. 나홀로작가 2007.04.02 01:1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바소님
    늦게 인사드립니다.

    기회를 만들어 주시면 보따리 끌고 달려가겠습니다.
    건강관리 잘 하시고
    하시는 일마다 기쁨으로 가득하시길 기원드립니다.



티스토리 툴바